지인이 카톡에 툭 던져준 개인 소장가의 전시회장 오픈 소식. 조카의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 같이 일할 사람들이 못 와서 연휴 3일 동안 온 힘을 차례 준비에 쏟아부은 모녀는, 차례가 끝나자 사람 없는 다대포 쪽으로 일몰이나 보러갈까 의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카톡이 생각났다.
개인 소장 작품 전시회라 사람들도 별로 없겠지, 미술 작품도 보고 바다도 보고 일석이조가 되겠거니 생각해 엄니에게 한번 가 보자고 이야기했고 엄니도 가 보자고 해서 1시쯤 집을 나섰다.
1층으로 들어섰는데 온 사방에 화환이 즐비... 현직 국무총리, 국회의원 등등... 요즘 정치꾼들에게 질린터라 좀 시큰둥했다... 1층 전시실 입구는 화환들과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뒤로 가려져서 잘 안 보이는 데다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작품 교체를 위해 막혀있는 상황. 그 상황에서도 오른쪽에 걸려있는 민화가 너무 좋아서 까치발로 사진을 찍었다.
민화 십장생. 색감이 환상이다. 특히 한국 적송(korean red pine) 줄기와 가지의 오묘한 붉은색과 솔잎의 푸른 색 대조가 참 좋았다.
어쨌든 화장실 문제로(엄니가 발목 수술을 받고 재활 치료 중이라 바로 입구에 있는 장애인 화장실을 사용했더니 관리인 분이 너무 큰 소리로 무안을 주셔서. -_-;; 사정을 좀 물어봐 주셨으면 좋았을텐데...) 약간 신경전을 벌인데다, 봉쇄된 1층 전시장을 보고 김이 샌 상태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갔는데 바로 전통 찻집인듯 아닌듯 입구가 보였다.
작품이 더이상 없는 줄 알고 엄니에게 너무 미안해 차나 한잔 하고 가자고 들어가려다 오른쪽을 보니 그림들이 또 몇 점 걸려있고 저~ 안쪽에 전시실 입구가 보였다.
어쨌든 왔으니 작품들은 다 보고 가자 싶어 전시실로 들어섰는데... 거기에는 천국이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김환기 화백의 그림이 걸려 있어서 음... 이 전시실은 퀄리티가 좀 좋네... 하고 지나갔는데
그다음으로 뙄! 천경자 화백의 그림이...
이게 머선 129!를 외치며 벽에 들러붙어 그림 감상을 시작... 지금껏 잘 볼 수 없었던 근현대 유명 거장들의 작품들이 그 공간에 펼쳐져 있었다.
나혜석 화백의 작품... 아니 세상에 소장자님... 이런 걸 어디서 다 구해오셨단 말입니까
1930년대 대한제국의 여인이 그린 유화라니...
그리고... 이중섭 화백의 황소... 저기요... 여기에 이걸 걸어놓으시면 반칙이십니다...
순수함, 천진함, 따뜻함이 배어나와 보는 이들을 미소짓게 만드는 이중섭 화백의 가족 시리즈를 너무 좋아하는데 실물 황소를 눈 앞에 두니 전혀 다른 역동감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장욱진 화백의 그림이 뙄! 아니 이게 머선 일이냐고요...
때는 지금으로부터 10년도 훌쩍 전인 2010년도... 장욱진 화백의 그림들이 소노비라는 브랜드에 콜라보가 되어 출시되었었다.
한국의 근현대 서양화 화가들에 무지했던 나는 그때 장욱진이라는 화가를 처음 알게 되었고, 민화인듯 불화인듯 동양화 같은데 고흐의 그림처럼 강렬한 색감의 추상화들에 매료되어 가방이며 지갑이며 다이어리며 사들였었다. 글을 쓰며 불현듯 떠올라 꺼내보았더니 사용했던 것들은 관리가 되지 않아 엉망... 닦기라도 해야겠다.
장욱진 화백에 관심이 생기신 분들은 이쪽으로... http://www.ucchinchang.org/
그외에도 박수근 화백의 그림도 있었고
고려시대, 조선시대 고미술품들도 즐비했다.
고려시대의 당초문 향완은 지금도 사용할 수 있을 듯...
진짜 고려청자색... 곱다 고와...
백자 달항아리의 고고한 자태와
조선시대 실물 해시계...
위에 올린 화백들의 다른 작품들도 많고 이외에도 김창열, 이우환, 구본웅 등 화백들의 작품들도 있지만 개인 취향 작품들만 올렸다. 물론 다른 고미술들도 많이 있었는데 이걸 다
무료!
로 본 것이다... Replicas도 아니다. 작품들의 관리가 너무 잘 되어 있는 것도 놀라운 지점이었다. 소장작이 무려 3만점이라 2개월마다 한번씩 교체가 된다고... 미쳤다...
행복한 만족감으로 목이 말라 아까 봤던 찻집인듯 찻집 아닌 찻집 같은 곳으로 들어섰는데 거기에는...
극락!이 펼쳐져 있었다!
향인정 이야기는 다음 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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