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주소 및 위치: (48529) 부산광역시 남구 유엔평화로 93 (대연동)
국제 연합이 인정한 세계에서 유일한 유엔기념묘지라고 합니다. 부산 분이시면 어릴 때 한 번쯤은 이 유엔묘지에 소풍을 가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묘지이지만 도심 내부에 이렇게 깨끗하게 정리된 잔디가 깔려있는 넓은 평지가 잘 없고, 주변에 부산박물관, 부산문화회관, 유엔평화공원, UN조각공원, 유엔평화기념관,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등 시설이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어릴 때 가족들과 소풍으로 몇 번 갔었는데 넓고 푸른 잔디밭과 대리석으로 된 새하얀 비석만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이리저리 뒤적이다 보니 유엔묘지의 상징이기도 한 이 푸른 잔디밭에는 재미난 일화가 있더군요.
1952년 12월 한국 전쟁이 한창일 때,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방한하여 부산 UN묘지를 방문할 예정이 잡혔답니다. 당시 제 2차 세계대전으로 일제에게 수탈당하고(오죽하면 '붉은 산'이라는 소설이 쓰였을까요.) 또 5년도 지나지 않아 한국전쟁이 시작되었으니 산과 들에 초록이 남아있을 수가 없었지요.
UN군 묘지 또한 아래 사진처럼 황량한 흙밭이었는데 국빈 중의 국빈인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온다니 한겨울임에도 이 묘지를 어떻게든 푸르게 꾸며야 했습니다.
이 공사를 미 육군 공병 장교들과 친분이 있던 정주영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 발주받았는데, 성공 시 공사비 총액의 3배를 지급받지만, 실패할 시에는 반대로 공사비의 3배를 배상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12월이라는 한겨울에는 잔디도 없는데 어떻게 해결을 했을까요? 그것은 바로 보리싹을 잔디 대용으로 옮겨 심는 것이었습니다. 결과는 훌륭했지요. 그리고 그 이후로 푸른 잔디는 지금까지 유엔묘지의 상징이 됩니다..
정주영 사장은 당시 이 건과 동시에 아이젠하워 당선인의 숙소의 서구식 변기 설치 등 리모델링 의뢰도 받았는데, 이것도 서울 시내를 속속들이 뒤져 변기를 구해 시공을 완료했고, 약속대로 공사비의 3배를 지급받은 후, 이 때 얻은 신뢰로 꽤 오랫동안 미 육군의 발주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현대건설은 이후 대한민국 최대의 건설회사로 성장해 현대그룹으로 지금까지 한국 경제사에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1951년 1월 18일 유엔군 전사자 안장을 위하여 유엔군 사령부가 조성하고 같은해 4월 완공하여 재한 유엔 기념묘지로 개장됩니다. 1955년 11월 7일 대한민국 국회가 토지를 영구히 기증하고, 성지로 지정할 것을 유엔에 건의하였으며, 1955년 12월 15일 묘지를 유엔이 영구적으로 관리하기로 유엔총회에서 결의문 제977(X)호로 채택했습니다.
1959년 11월 6일 평화와 자유 수호를 위해 생명을 바친 유엔군 장병들의 희생을 기리고, 유엔묘지의 존엄성이 인접 토지의 사용으로 인하여 손상되지 않도록 유엔과 대한민국은 “유엔기념묘지 설치 및 유지를 위한 대한민국과 유엔 간의 협정”도 체결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은 대한민국의 행정력이나 공권력이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공간이며, 이 묘지를 관리하고 있는 '재한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는 공원 내 추모 분위기를 해치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일체의 활동을 금지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치외법권 지역은 아니고 이곳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국제관리위원회의 허가를 받고 경찰이 바로 출동할 수는 있습니다.
유엔묘지 조성 이후 개성, 인천, 대전, 대구, 밀양, 마산 등 전국의 여러 곳에 가매장되어 있던 유엔군 전몰장병 유해를 옮겨와서 1951년과 1954년 사이에 21개국 유엔군 전사자 약 11,000여 명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었는데 6.25 전쟁에서 전사한 유엔군은 실종자 포함 약 4만 명이라고 합니다.
안장자 모두가 6.25 전쟁 당시의 전사자나 순직자인 것은 아니며 참전용사가 아닌 사람도 있습니다. 전사자나 참전용사의 배우자가 원한다면 합장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현재는 영연방 국가들과 프랑스, 터키, 네덜란드 등 11개국에서 파병된 유엔군 약 2300위가 모셔져 있으며, 나머지 참전국 군인들의 유해는 본국으로 송환된 상태라고 하네요.
2007년 10월 24일에 등록문화재 제359호로 지정되었으며 피란수도 부산으로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지정장소 중 한 곳이 되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