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집의 '미로'에 꽂혀...
아마도 그리스 로마 신화의 '미노타우르스'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 온 듯. '미로' 라는 단어도, '부정한 여인', '괴물'이라는 단어에서도 연상이 되므로.
여기에 서커스 공연장의 미로 이미지도 떠올랐다. 도입부의 폴짝 폴짝 뛰어 가는 듯 튕기는 경쾌한 기타소리도 그렇고 중간에 삽입되는 옛 서커스 공연장에 울려 퍼졌음직한 음악도 그렇고.
어릴 때부터 나는 심각한 길치에 방향치였다. 그래서 나를 겁줄 때 어른들의 말은 항상 '버리고 간다!' 였고 유난히 어둡고 좁은 골목이 많은 지역에 갈 때 그 골목, 즉 '미로'는 어린 나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지금이야 옛 추억을 상기시키는 골목들이 좋아 일부러 찾아다닐 정도가 되었지만 여전히 길치라 한참을 헤맨다. 그 헤맴도 출구가 있다는 걸 알기에 즐길 정도가 된 것이다.
그러나 어릴 적 그 '미로'는 형태가 있고 출구가 있는 미로였지만 나이를 먹어 사회로 내몰린 내 앞에 나타난 '인생'이라는 미로는 형태도 없고 정해진 출구도 없다. 아, 하나 있구나. '죽음'이라는 출구.
여러 사회에 내 이름을 빼앗기고 직함이나 번호로만 불리고, 출구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스스로 선택해 걸어간 그 길은 '악취나는 욕심'이라는 괴물이 만들어 낸 착각이었던 길도 있고.
벗어날 수 없는 이 미로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미로에 먹히지 않도록 길을 찾는 즐거움에 삐에로처럼 취하는 것 뿐... '인생'이라는 미로는 결국 '내가 만들어낸 미로'이니까...
찾아보니 이 곡 역시 단공이나 콘서트 등에서 완창한 적이 별로 없다. 아니 대체 왜 내가 끌린 곡들은 다 그런 거냐고... 이번 앵콘도 못 가고... 흑... 언제쯤 그들이 '지렁이'나 '나침반'이나 '림보'나 '미로'를 불러주는 걸 들어볼 수 있을지...
2012 Time after Time 공연 때 미로를 부르고 있는 국카스텐.
뒷쪽 배경이 국카스텐(만화경)인데 라플레시아를 만들었다 흩어지는 순간. 좋아서 캡쳐함.
그 아래는 황금 개구리. 미모가 한창 물오를 때 였던 듯. 그 때 그들을 못 보다니. 크흑! 아니 이번 앵콘 못 가는 이 한을 어이 풀꼬... 따라서 이 포스팅은 한풀이용 포스팅. ㅠㅠ
이 곡 역시 히드라님의 리뷰를 남겨둔다. 대단한 감성...
http://blog.naver.com/hydra520/220702182603
아무도 모르는 허기진 미로는
내 이름을 빼앗곤 야이야이야~
부정한 여인의 발칙한 기도는
휘파람 소리 되어 야이야이야~
출구 없는 냄새는 이 안에 맴돌고
이곳 저곳 부딪치며 울려 퍼지는데
괴물이 만들어낸 착각의 요람은
잠이 덜 깬 목소리로 흥얼거리며 노래하네
스스로 걸어간 악취의 미로는
내 무덤이 되어서 야이야이야~
벗어나려 하는 비통한 발작은
휘파람 소리되어 야이야이야~
출구 없는 냄새는 이 안에 맴돌고
이곳 저곳 부딪치며 울려 퍼지는데로
괴물이 만들어낸 착각의 요람은
잠이 덜 깬 목소리로 흥얼거리며 노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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