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역사관이 웬 문화재? 라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원래는 미국대사관 겸 공보원이었습니다. 그 이전 일제강점기에는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이었답니다. 개인적으로 근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전시관이 좋아서 자주 다녔는데 지정 문화재인 것은 몰랐었네요.
변천사를 한번 보시지요.
1929년 9월 동양척식주식회사로 세워지고,
1945년 해방 이후에는 미군이 주둔지 건물로 사용하다가 1948년 9월 11일 체결된 「한·미간 재정 및 재산에 관한 최초 협정」에 따라 미국 문화원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미국대사관으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만 어쨌든 1999년 돌려받기 전까지, 약 70년간 한번도 태극기가 휘날린 적이 없는 건물이었던 것이죠. 그리고 2년 후인 2001년 5월 16일, 부산광역시에서 지정 기념물 제49호로 지정합니다.
영상의 후반부에 나오는 근대적으로 꾸며진 전시관이 좋아서 자주 다녔습니다.
동양척식주식회사로 시작된 것도 아픈 역사이지만 미문화원으로 있을 때 역시 역사에 남겨진 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1982.03.18)입니다.
부산지역 대학생 수십여명이 광주 민주화 운동(1980.05.18)의 유혈진압을 묵인함으로써 사실상 전두환 군사정권을 지지한 미국에 대한 반감이 동기가 된 사건입니다. 부산 미문화원 방화 사건이 있기 전에는 광주 미문화원 방화사건(1980.12월)이 있었고
부산의 이 미문화원 방화 사건이 계기가 되어 강원대학교 성조기 공개 소각사건(1982년 4월), 광주미문화원 2차 방화사건(82년 11월),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 농성사건 (1985년 5월), 대구 미국문화원 폭파사건(1983년 9월), 그리고 부산에서 다시 미국문화원 투석사건(1985년 4월) 등 전국에서 대학생들이 전두환 정권의 만행을 묵인한 미국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사건의 담당검사 중 한명이 영화 '변호인'의 주 배경이 된 부림사건(1981년 9월) 당시 공안 책임자였으며 현재 국민의힘 상임고문인 최병국 씨였고,
사건 당시 피의자들 중 허진수, 김화석을 변호한 변호사가 고 노무현 대통령이시며, 사건을 재판한 담당 판사 중 한 명이 이회창 씨입니다.
방화가 일어나고 문화원 내에서 공부하고 있던 대학생 한 명이 사망했으며 그외에도 사건과 관계없는 학생들 5명 정도가 부상을 입습니다.
결국 3심 대법원까지 가게된 사건은 선고 공판에서 국가보안법, 계엄령,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주동자 문부식과 김현장은 사형을 선고받습니다. 다만 확정 판결 후 일주일만에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고 1988년에 석방됩니다.
나머지 피의자들은 국가보안법, 계엄령,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최하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등으로 차등 선고되었습니다.
그 밖에 박정미 등 방화예비자와 가담 대학생 수십여 명이 체포, 일부는 구속되고 일부는 훈방조치 되었고 그들을 도와준 최기식 신부는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이 선고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최근까지도 회자가 되었습니다.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보안사에 끌려가 고문을 당한데다가 재판에서 징역 10개월과 자격정지 10개월을 선고받고 상고가 기각돼 복역했던 연세대 출신 이모씨가 2020년 1월에 서울고법에서 무죄 선고로 38년 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고 1억원대 형사보상도 받았다고 합니다.
이런 파란만장한 역사를 간직한 건물인데 세계유산에 등재시키기 위해 올려놓은 명칭은 '미국대사관 겸 미국공보원'입니다. 물론 미국 공보원=미국 문화원이 맞기는 합니다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미국 문화원'이라는 명칭은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것일까요.
어쨌든 피란수도 부산 문화재들 중에서 첫번째로 지정된 지정문화재, '미국대사관 겸 미국공보원(부산근대역사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음 글은 두번째 지정 문화재가 된 '국립중앙관상대(부산지방기상청)'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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