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덕분에 알게 되어 같이 신청하고 보러 갔습니다만 생각보다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경성대학교 강동진 교수님께서 먼저 시작해 주셨는데, 한국 전쟁이 발발하고 불과 한달여만에 임시 수도가 된 부산은 무려 1023일 동안이나 수도 역할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참고로 한국전쟁은 1950년 6월 25일 발발되어 1953년 7월 27일 휴전 상태로 들어갔습니다. 피란수도의 시작은 1950년 8월 18일입니다.
비슷하게 세계유산 등재가 된 곳이 15곳이 있는데, 모리셔스의 아프라바시 가트, 보스니아 모스타르의 옛 시가지 다리 등을 예로 들어 주셨습니다.
모리셔스의 아프라바시 가트는 1834년, 영국 정부가 모리셔스 섬을 현대 계약 노동의 실험 장소로 시행되었던 곳으로, 2006년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고 합니다. 세계 최초로 노예 노동 계약 실시되었고 가장 큰 집단 이주가 이루어진 곳이라고 합니다.
보스니아의 모스타르의 옛 시가지 다리는 2005년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는데 그 기준이 "옛 다리의 ‘르네상스’와 그 주변 지역을 포함한 모스타르 옛 시가지는 다양한 문화적·민족적·종교적 배경을 가진 사회가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뛰어나고 보편적인 상징. 이 도시와 주변은 상당한 재앙에도 불구하고 이에 정면에서 맞서며 강하게 협력하여 인류의 평화와 협력을 위해 무한히 노력한 모습이 보강되고 더욱 강화된 지역" 이기 때문이라네요.
현재 또다른 9개 곳이 후보로 올라와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곳이 리투아니아의 카우나스라고 합니다. 부산과 비슷하게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1919년부터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까지 리투아니아의 임시수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올해 6월 19∼30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45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최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약없이 미루어졌습니다. 세계유산위원회의 연기 결정으로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에 있는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인 사도 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일본 정부의 계획이 미루어진 것은 다행입니다만
한국 역시 전북·경북·경남 등 3개 도가 2013년부터 9년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던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역시 미루어지게 되었습니다.
다시 이야기를 돌려서, 약 1023일 간 이어진 피란수도는 아직 세계에 그 유래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세계 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듯 합니다.
두번째 이야기는 '나 혼자 산다'로 다들 잘 아시는 프랑스인 파비앙 씨인데요. 현재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서 객원 해설사로도 활동 중이시라 이번 강연에 나오신 듯 합니다.
전쟁의 역사가 평화의 상징이 된 세계 속 유산(파비앙)
파비앙 씨가 부산을 보고 떠올린 곳이 프랑스의 르 아브르라고 합니다. 인상파 화가 모네가 소년 시절을 보냈으며 이후 르 아브르의 항구를 배경으로 그림 '해돋이'를 그렸다고 합니다.
부산처럼 항구 도시기도 한 르 아브르는 2005년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는데 사실 프랑스 사람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도시였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문화 도시들과는 다르게 제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된 도시를 1945년~1964년에 걸쳐 콘크리트로 재건시킨 현대적 계획 도시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해가 가는 것이 파리에만 가도 그냥 길거리에 화려한 문화유산들이 널려 있으니 그럴만도 하겠지요.
그런데 유네스코에서는 오히려 도시의 전통과 근대 건축을 잘 조화시켰으며, 건축, 기술, 도시 계획에서 근대적인 발전을 이룬 개척자적인 성취로 인정해 등재시켰다고 합니다. 또한 1995년부터 2010년까지 15년간 시장이었던 앙투안 루페나흐트 씨가 강력하게 밀어붙인 덕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당시 르 아브르와 비슷한 조건으로 경쟁했던 리버풀이 세계유산에서 제외된 것은 너무 개발이 많이 되어서였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파비앙 씨는 파란 지붕들이 쭉 늘어선 마을 사진을 보여줍니다. 유럽 어디인가 했는데 부산 안창 마을의 사진이었습니다. 한국 전쟁 때 피난민 마을로 유명한 곳입니다. 르 아브르처럼 피란수도 부산도 세계유산에 등재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이야기를 끝맺었습니다.
세번째로는 동아대학교 전성현 교수님께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강연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1023일의 삶과 문화'라는 주제로 강연을 해 주셨는데요. "과거가 현재, 미래까지 생명력을 가지고 가는 것이 유산이며, 그 유산과 더불어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비판과 성찰, 반성을 가지고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부산으로 수도 이전을 결정한 이유
한국 전쟁 중 부산은 작은 한국
부산에 지금도 남아있는 유산1. 지방자치의 유래. 지방자치의 시작이 부산이었다는 것을 아셨나요?
지금도 남아있는 유산2.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지금도 남아있는 유산3. 사회생활 기반의 구축
당시 한국에서 유일하게 조산 교육을 실시했던 일신 부인 병원
전쟁 중 아동복지를 위해 보육원과 무료 소아과 병원이 많이 지어짐
그리고 이타적인 공동체주의/이기적인 개인주의가 대비되고 있었던 곳 부산.
지금도 남아 있는 삶과 문화(유산)의 의미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지영 해설사께서 '피란수도 부산유산이 세계 속의 유산이 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일'
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해 주셨는데 예전에 서울에서 한양 도성이라는 주제로 세계유산 등재를 계획했다고 합니다. 10여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였는데 결국 철회되다고 합니다. 즉은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조차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적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괴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가치를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시킬 누군가, 즉, 과거에게 듣고 미래에게 들려주는 존재가 필요하며 그 역할을 할 청년 해설사들의 양성에 대해 이야기하셨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 조선시대 문장가 유한준 - '
우리는 우리 문화유산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알고 있을까요?
패널토의
강연자 네 분이 토의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최근 5년 간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이 많아지고 한국적인 것을 힙한 컨텐츠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한국관광공사의 이날치 밴드와 앰비규어스의 콜라보 영상이겠지요.
토의에서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다음 두가지였습니다.
프랑스의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파비앙 씨는 "한국은 박물관에서 공부를 시키는데 프랑스는 놀이 장소로 생각한다. 문화유산의 날도 있고 문화 복권이 발행되는데 훼손된 문화유산 복원을 위한 복권이다."고 답했습니다. 한국에도 만들어지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동아대학교 전성현 교수님께서 독일에는 구술로 전해지는 문화를 일일이 정리해 그 내용을 박물관의 AI에 입력, 질문이 들어오면 그 질문에 맞는 구술인이 나타나 설명을 해 준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이 비슷한 것을 저는 대연동에 있는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홀로그램으로 김구 선생을 재현해 질문을 하면 답을 하는 방식이었는데요. 독일처럼 조금만 더 신경써서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전시물이었습니다.
결론은 시민들이 의식적인 관심을 가지고 그것이 행정으로 이어지도록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이것저것 뒤지던 중 8월 19~20일에 피란수도 '부산 문화재 야행'이라는 행사를 알게되어 바로 신청했습니다.
https://busan-heritage-night.com/html/main/main.php
여러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중 만들기 체험 행사가 있길래 얼른 신청했습니다.
사전예약은 이쪽입니다.
https://event-us.kr/busanheritagenight2022/event/46057
그럼 이어서 피란수도 부산의 9곳과 이 체험행사에 대해 기록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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