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꽂힌 곡은 '작은 인질'
처음 들었을 땐 왠지 눈물이 나서 듣기가 꺼려진 곡이다. 또한 한국적인 곡이구나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넋 건지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곡을 만들게 된 경위를 검색해 보니 다음과 같다.
'화가 장 포트리에의 '작은 인질'이라는 그림에 영감을 받아 쓴 곡입니다. 인간으로서 추구해야 할 자연적인 모습과 방향을 잃고 우리는 이 작은 세상의 인질로 붙잡혀 사는 건 아닐까요' -하현우-
장 포트리에(Jean Fautrier). 프랑스 화가. 앵포르멜 미술(독일의 표현주의 혹은 다다이즘의 차가운 추상이 아닌 주관적이고 서정적인 추상)의 중요한 확립자 중 한 사람.
'Les Otages(인질들)'이란 연작은 1940년 레지스탕스 운동에 투신 중 제작된 작품들이라고 한다. 약 40여점이 있으나 그 중 몇 점을 소개. 마지막 작품은 조각으로 형상화 시킨것. 어휘 그대로 레지스탕스 시절 독일군에게 포로로 붙잡혔을 때 자신과 동료들의 모습을 형상화 시킨 것이리라.
이 작품들은 머리 부분, 즉 얼굴만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러 얼굴들이 겹쳐진 듯한 형상, 촛점 없는 눈, 아예 눈, 코, 입이 물크러진 듯 보이는 얼굴, 마지막 조각에는 아예 그 형태조차 없다.
'소리없는 아우성'이라지만 그 아우성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그림들은 그저 두텁고 거칠게 덧입혀진 고통 가운데 영혼의 존재만이 희미하게 남아있는 듯 느껴진다. 조각에서는 용암처럼 흘러내리고 찢겨져 굳어버린, 이미 끝이 난 고통의 흔적만이 느껴지고 아무런 영적 존재도 느껴지지 않는다. 영혼들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어와 여기는 어딘지
어와 난 여기 있는지
어와 난 흘러왔는지
어와 난 남아 있는지
누가, 대신 내 노를 저어주려나
누가, 고단한 고요함을 덜어 주려나
강물이 시들어서
고향도 못 가는 작은
배야 울자, 마른 강이 차도록 울자
어와 여기는 어딘지
어와 난 여기 있는지
어와 난 흘러왔는지
어와 난 남아 있는지
누가, 대신 내 돛을 매어 주려나
누가, 뱉어 논 넋을 묻어 주려나
강물이 시들어서
고향도 못 가는 작은
배야 울자
마른 강이 차도록 울자
동서양을 막론하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는 항상 '강'이 표현되고 있다. 그 강이 말라버렸을 때 우리들의 영혼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우리들의 눈물, 혹은 누군가의 눈물로 강을 채워야 한다는 것일까...
이 곡에 대해 네이버 블러거 중 '히드라'라는 분이 쓴 리뷰가 있는데 올려둔다. 이 분의 감수성에 그저 감탄할 뿐.
http://hydra520.blog.me/220339604680
연주의 특징으로는 프렛리스(fretless) 기타를 쓴 것이 돋보인다. 타그트라움에서는 '마두금(모린홀)'이라는 악기를 쓴 것처럼 보통은 잘 쓰지 않는 프렛리스 기타를 썼다. 음을 잡기 쉽게 하기 위해 프렛(마디)을 만든 것이 기타인데 바이올린 등의 현악기처럼 그 프렛을 없앴다. 때문에 정확한 음잡기는 힘들지만 그만큼 표현이 풍부한 느낌.
첫부분과 중간에 나오는 '그으윽 그윽, 끼익'하는 소리는 노젓는 소리같기도 하고... 아무튼 다양한 표현 기법을 쓰고 있는 듯...
문득 든 생각은 1, 2집이 다 국카스텐이 여러가지 이유로 힘들었을 때 만들었을 곡들이라는 느낌. 때문에 별다른 문제없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지금, 혹시 그들이 행복하다면 어떤 음악이 나올지 궁금하다...
이 부분은 또 다음에 따로 글을 올려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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