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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스키장 가는 길

by 미야비 맘 2014.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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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스키장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이 있었다. 이곳을 올라가면 오른쪽은 산이고 왼쪽은 4~5미터 정도의 절벽이었다. 길은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


가드레일도 없다. 이 길은 오직 스키장으로 가기 위한 전용 길이기 때문에 건너편에서 차가 오는 일은 없었다. 스키장에서 돌아가는 차는 다른 전용도로를 이용해 산을 내려가게 되어 있다. 때문에 스키 시즌이 되면 이 길은 차가 몇 십대씩 줄지어 느릿느릿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커플이 운전해 가고 있던 차가 갑자기 엔진이 고장나 길 중간에서 멈춰 서 버렸다. 운전하고 있던 남자가 아무리 애를 써도 엔진은 걸리지 않는다. 물론 길이 좁아 멈춰 선 차 옆을 지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뒷 차들도 줄줄이 멈춰 선다.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화를 내며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야!"
"당신들 때문에 뒤에 몇 대가 서 있는 줄 알아?"
"이게 무슨 민폐야!"

 

남자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연신 사과하고 있고 여자는 울상이 되어 있다. 그러는 동안 누군가


"그 차 절벽에 밀어 떨어뜨려 버려!"

라고 소리쳤고 그러자


"떨어뜨려, 떨어뜨려!"
"일단 떨어뜨리고 봄에 끌어올려!"
라는 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잠시 후 '밀.어.라! 밀.어.라!'는 합창이 시작되었다.


"떨어뜨리는 수 밖에 없겠네...''그렇네...'

커플은 할 수 없이 스키용품과 귀중품 등을 차에서 내리고 둘이서 절벽쪽으로 차를 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밀기 시작한 곳이 하필 포장이 되어 있지 않아 길이 울퉁불퉁한 곳이었다. 움푹 패인 곳에 타이어가 걸려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밀었지만 차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두 사람이 악전고투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조금 전까지 불평불만을 외치던 사람들 중 7~8명이 다가왔다.

 

"이제 그만 하세요. 됐습니다..."
"예? 정말 괜찮겠습니까?"

 

커플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밀고 있던 차에서 손을 뗐다.


"음. 두 사람은 이제 힘이 다 빠졌을테니 우리들이 대신하겠소."

그렇게 다가온 사람들은 두 사람과 교대해 혼신의 힘을 다해 차를 밀기 시작했다.

떨어뜨리지 않아도 되는 건가 했는데 작업을 교대해 준 것 뿐이었다.

그리고 모두의 노력으로 이 커플의 차는 멋지게 절벽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고마워~"

"이 희생정신은 잊지 않겠소!"

"당신들 몫까지 재미나게 탈게~"

"안녕~"


차례차례 감사의 말들을 건네고 차들은 망연자실해 있는 커플을 지나쳐 스키장을 향해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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